‘한국의 그레고리 펙’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1960~1970년대 한국영화계를 풍미했던 배우 남궁원(본명 홍경일)이 5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9. 유족은 그가 수년 전부터 폐암 투병을 하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1934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양대 공대를 다니다가 어머니의 암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영화계에 투신했다. 1958년 노필 감독의 ‘그 밤이 다시 오면’으로 데뷔한 뒤 뛰어난 외모와 키 180㎝의 풍채로 인기를 끌며 주연급으로 부상했답니다.
이듬해 신상옥 감독의 ‘자매의 화원’에 출연해 그 해의 주목할 만한 신인으로 꼽히며 신필름의 전속배우가 됐다. 신필름에서 ‘빨간 마후라’(1964), ‘내시’(1968)등의 주요 작품에 출연하는 한편, 서구적이고 도회적인 외모를 앞세워 007 시리즈를 한국식으로 개작한 ‘국제간첩’(1965), ‘극동의 무적자’(1970) 등 스파이 액션물에서 주연으로 연기했다. 1970년대에는 김기영 감독과 작업하면서 ‘화녀’(1972), ‘충녀’(1972),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1978) 등에서 무기력한 남성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또 1980년대에는 이두용 감독의 ‘피막’(1980), ‘내시’(1986), ‘업’(1988) 등에 출연하며 악역을 맡아 연기의 지평을 넓혔다. 주요 활동 시기였던 1960∼70년대 부일영화상 남우조연상, 청룡영화상 인기남우상, 대종상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6년에는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습니다.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던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이 아들이며 유족으로 아내 양춘자씨, 홍 회장을 포함해 1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8일 오전 9시30분, 장지는 경기 포천시 광릉추모공원이라고 합니다.